이 본문의 내용은 이일하 서울대 생물학과 교수님의 저서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애들레이드에서 안식년을 보내며 맺은 좋은 인연으로 흔쾌히 연재를 허락해주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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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생명은 반복한다
하나의 흐름인 생명체는 그 흐름이 중단되는 순간 죽음을 맞이한다. 생명의 이른 초기 역사부터 생명체는 자신의 존재를 영속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냈다. 개체로서의 영속은 불가능하지만 생명의 흐름을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가는 것은 가능함을 알아낸 것이다. 생명이 소멸되지 않고 영속하는 방법은 바로 세포분열이다. 세포분열을 통해 생명은 태어나고, 성장하고, 자식을 낳고, 죽는 과정을 반복한다. 세포가 세포를 낳고, 또 세포가 세포를 낳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우리는 지구 상에서 소멸되지 않고 남아 있게 된다.
세포론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는 기왕에 존재하던 세포에서 유래한다. 현재 지구의 어느 공간에서도 새로이 창조되는 세포는 없다. 이를 세포론이라 한다. 모든 생명체는 세포라는 아주 작은 단위체로 구성되어 있다.
코끼리만 한 세포가 존재하지 못하는 물리적 이유는 엔트로피 때문이다. 세포 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음의 엔트로피, 즉 에너지의 지속적 투입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화학 반응은 무질서를 축적하게 되는데, 생체 내 화학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화학 반응이 진행된 후 반응찌꺼기가 남아 무질서하게 축적된다. 세포에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의 투입과 반응찌꺼기의 방출이 효율적으로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에너지의 투입과 찌꺼기의 방출은 세포가 바깥세상을 향해 열어놓은 창이라 할 세포막을 통해 이루어진다. 세포 내용물, 즉 세포의 체적과 세포막의 표면적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세포 내외로의 물질 수송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의 세포가 가질 수 있는 최대 크기가 제한되고 그 이상의 크기로 커지면 세포분열을 통해 세포를 작게 분할하게 된다.
세포분열
세포가 분열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체세포분열이고 다른 하나는 감수분열이다. 체세포분열은 정확하게 동일한 유전 정보를 가진 딸세포를 생산하는 것이 목적이고, 감수분열은 가능하면 다양한 유전 정보를 가진 정자나 난자를 생산하는 것이 목적이다. 체세포분열의 결과 내 몸을 구성하는 수십조 개의 세포가 모두 동일한 유전체(게놈이라는 표현이 더 일반화되었으므로 앞으로는 게놈이라 함) 정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반면 감수분열의 결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타나게 된다. 현재까지 지구 상에 생존했던 1,000억 명의 인구 중 어느 누구도 나와 똑같은 유전 정보를 가진 인간은 없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일란성 쌍생아의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감수분열을 통한 유전적 다양성은 고등동식물에서 성이 나타난 진화적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오랜 진화의 역사에서 커다란 환경 변화에도 고등동식물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는 변이종이 항상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고등동식물이 병원균에 의한 멸종을 피하기 위해 성을 선택했다는 이론이 제안되기도 했다. 병원균의 빠른 진화 속도를 쫓아가기 위해서 고등동식물이 성을 통한 유전적 다양성을 꾀했다는 것이다.
유전의 법칙
세포분열 과정이 현미경으로 관찰되기도 전에 멘델은 순전히 통계 처리를 통해 유전의 법칙을 찾아냈다. 이 법칙의 발견으로 멘델은 유전을 결정해주는 어떤 인자가 있음을, 즉 ‘유전 물질의 입자성’을 분명히 인식시켰다. 분리의 법칙도, 독립의 법칙도 모두 유전인자가 입자성을 가지고 배우체에 나뉘어 담긴다는 원리를 뚜렷이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 세포생물학자들이 세포분열을 통해 반복되는 생명의 특성을 이해하게 되었고, 더구나 유전 물질이 염색체에 있을 것이라 짐작하게 됨으로써 멘델 이후 35년 뒤 유전 법칙이 재발견된다. 이때부터 생물학자들은 유전 물질의 화학적 특성, 정체성에 대해 이런저런 담론을 나누게 된다.
생명은 자기 복제 시스템
20세기 초반 과학자들은 유전 물질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물질이 단백질이라 생각했다. 생명 현상은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담을 수 있는 물질로 단백질을 꼽은 것이다. 단백질은 그 단위체인 아미노산이 20종이나 되어 매우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고, 더구나 당시의 효소학적 연구를 통해 단백질의 뛰어난 화학적 특성(단백질은 생명체에 생물학적 기능을 제공한다)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내는 순간 유전 물질이 DNA라는 것을 순식간에 알게 되었다. DNA는 매우 단순한 단위체, 네 종류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AT, GC 염기쌍 규칙에 따라 복제성을 가진 분자임이 너무나 쉽고 명쾌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자기 복제성 분자를 찾아냄으로써 우리는 생명에 대한 집단적인 깨달음을 얻게 된다. 마치 안개가 걷힌 뒤 시야가 확 트이는 것처럼 우리는 생명이 자기 복제 시스템임을 명확하게 깨닫게 되었다. 생명은 DNA라는 정보 매체에 자신의 정보를 담아 세포에서 세포로, 세대에서 세대로 복제하여 전달한다.
3부·생명은 해독기다
DNA에 저장된 정보는 단백질합성의 정보라고 했는데, 디지털 정보 (DNA 정보)가 아날로그 정보(단백질 정보)로 전환되는 과정은 흥미롭다. 특정한 염기 서열의 정보가 아미노산 서열 정보로 전환되면 단백질이 합성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해독을 위한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다. 110볼트 가전기기를 120볼트용 가전기기에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전압을 전환시키는 어댑터가 필요하듯이, 염기 서열 정보를 아미노산 서열 정보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어댑터가 필요하다. 이러한 어댑터 역할을 하는 분자가 tRNA이다. 리보좀은 DNA에 들어 있는 디지털 정보를 읽어 아미노산 서열 정보로 전환하는 세포소기구이다.
정보를 해독하는 과정
세포는 물주머니와 같으며, 주머니 속에 인지질로 이루어진 작은 포켓들이 중첩되어 포개진 구조로 되어 있다. 세포 내부는 인지질 포켓에 의해 더 작은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이렇게 분할된 공간들은 세포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들을 나눠 맡고 있다. 일종의 분업과 협업이 유기적으로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분업과 협업의 예를 침샘세포에서 분비되는 아밀라아제 효소의 생성으로 살펴보자.
아밀라아제라는 효소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생산되기 위해서는 세포핵 속에 저장된 DNA 정보 가운데에서 아밀라아제 정보를 담고 있는 부분을 찾아내어 복사하는 전사가 일어나야 한다. 이때 복사된 전사체는 RNA 형태이며, 핵 속에서 생성된 뒤 세포질로 방출된다. DNA 정보를 곧장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정보로 전환하지 않는 이유는 DNA의 길이가 너무 길어 대단히 거추장스러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100여 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관악캠퍼스에서 20동 건물을 지으려면, 20동에 대한 설계도만 있으면 되지 관악캠퍼스 설계도 전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문에 전체의 설계도 원본은 놔두고 20동에 대한 설계도만 복사해서 가져와 20동을 지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밀라아제 효소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2만 1,000여 개의 단백질 정보를 가진 전체 게놈 정보를 다 가지고 다니면서 이용할 필요가 없다. 자연은, 특히 생물은 그런 어리석은 짓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밀라아제 효소 유전자를 복사하여 만든 복사체, RNA를 생성한다. 생성된 아밀라아제 복사체 RNA는 핵 밖으로 나오면 리보좀에 의해 해독되어 단백질을 생산하게 된다. tRNA라는 어댑터는 세 염기 단위로 RNA 서열을 읽어 아미노산 정보로 전환해준다. 3염기가 하나의 아미노산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된 아밀라아제는 소포체라는 세포 내의 작은 공간에서 만들어진 다음 골지체 등에서 가공되고, 리소좀이라는 작은 지질 주머니를 거쳐 세포막 밖으로 방출된다. 이 과정에 세포 내의 다양한 소공간들이 분업과 협업을 유기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4부·생명은 정보다
게놈을 생명의 설계도에 비유하고는 하는데 그 속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크게 두 가지 정보가 들어 있다. 하나는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유전자 목록에 대한 정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 유전자들이 언제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유전자 조립 순서에 대한 정보이다. 이를 학술적으로 ‘유전자 발현 조절 정보’라고 한다.
게놈 속의 정보
한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 정보의 총합을 게놈이라고 한다. 이 게놈 속의 정보를 흔히들 청사진에 비유한다. 생물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설계도라는 의미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가장 잘못된, 적절치 못한 비유가 이 청사진 비유가 아닌가 한다. 게놈에 들어 있는 정보는 청사진 정보가 아니라 오리가미, 즉 종이접기의 순서도 정보로, 이 둘은 대단히 다른 정보이다. 예를 들어 종이배를 생각해보자. 아이들에게 종이배 만드는 것을 가르치는 방법으로는 설계도 방식과 오리가미 방식이 있다. 청사진으로 상징되는 설계도 방식은 종이배의 각 부위를 섹션별로 나누어서 각각이 어떤 형태로 되어 있는지 정확하게 묘사하는 방식이다. 이때는 길이와 각도, 높이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어린아이에게 종이배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어른은 없다. 그렇게 가르쳐줬다가는 아이들이 종이배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는커녕 그것이 기적의 산물이라 오해할 것이다. 종이배는 당연히 접는 순서를 가르쳐야 한다. 접는 순서를 가르치면 아무리 복잡한 오리가미라도 만드는 법을 쉽게 익힐 수 있다. 게놈에 들어 있는 유전 정보는 당연히 쉽고 효율적인 오리가미 정보이다.
인간의 게놈은 30억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A, T, G, C라는 문자로 이루어진 책에 30억 개의 활자가 찍혀 있는 것이라 비유할 수 있다. 이 게놈 정보 안에는 대략 2만 1,000개의 유전자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다. 다시 말하지만 유전자 정보는 단백질합성에 대한 정보이다. 따라서 인간 게놈에는 2만 1,000개의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단백질 생성의 정보가 들어 있다. 위스콘신 대학의 진화발생학(이보디보라고도 한다) 전문가 션 캐럴은 『이보디보: 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에서 2만 1,000개의 유전자만 있으면 지구 상의 아무리 복잡한 생물체라도 모두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식물발생학 전문가인 나 또한 이 의견에 동의한다. 2만 1,000개의 유전자를 가지면 인간이라는 고귀한 생명체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유전체학이 발달하면서 놀라운 사실이 쏙쏙 밝혀지고 있다. 인간이 가진 유전자의 총 수가 2만 1,000개밖에 안 된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인간과 유사한 침팬지라는 동물과 비교하면 전체 게놈에서 고작 1.3퍼센트의 차이밖에 없다고 한다. 그 생김새나 생물학적 특성의 유사성으로 미뤄보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인간 중심의 사고를 가진 인문학자들에게는 이것이 꽤나 충격적이었던 듯하다. 1.3퍼센트의 차이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기에 인간과 침팬지라는 그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들어냈을까? 아직은 그 해답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연구해봐야 할 테지만, 지금까지 얻은 결과로는 대단히 사소한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토록 작은 차이로부터 너무나 경이로운 무한한 인간적 특성들이 발현되었고, 진화되어갈 것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 마지막 문장을 빌려 말하자면, 이러한 생명관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게놈의 유사성은 단지 침팬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척추동물 모두에 해당된다. 이를테면 인간과 생쥐의 게놈 내 유전자의 총 수는 거의 같다. 더구나 유전자가 배열되어 있는 순서조차 96퍼센트 유사하다. 인간과 생쥐를 만들어내는 유전자 목록의 정보는 사실상 거의 같다. 따라서 두 생물 간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 부품들을 언제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조립 순서의 차이다. 오리가미 순서도의 순서를 적용하는 차이가 엄청나게 다양한 척추동물들을 빚어내는 것이다.
게놈 정보의 활용: 배발생
생물의 배발생 과정을 들여다보면 오리가미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볼 수 있다. 특히 척추동물의 배발생 과정은 오리가미의 순서가 어떻게 결정되어왔는지, 그 진화적 과정까지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발생하는 배가 어류처럼 보였다가 양서류처럼 되고 파충류, 조류, 포유류를 거쳐 인간이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인간이라는 복잡한 생물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오리가미의 순서도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그것이 기적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창조되었어야 마땅하다는 창조론자들의 주장을 쏙 들어가게 만들 수 있다. 생물의 발생 과정은 저절로 부풀어 오르는 종이접기이며, 종이접기가 진행되는 동안 각 부분들이, 즉 부분을 차지한 세포들이, 게놈의 정보를 활용해 끊임없이 더 작은 부분들을 접어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지상 최대의 쇼』에서 수천 세대 이후까지 후손들에게 정확히 ‘이런 모양의 생물체를 만들라’는 교지를 내리기 위한 가장 완벽한 방법이라 했다. 이러이러한 순서대로 접으라고 하는 순서도 정보를 대물림하는 것이다.
생물의 모듈성
별로 다르지 않은 게놈 정보를 이용하여 그토록 다양한 생물 형태를 빚어낼 수 있는 근원은 신체 부속지들이 모듈화되어 있는 생물체의 특성에 있다. 즉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어 있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식물체를 생각해보자. 한 번도 본 적 없는 식물을 이름은 몰라도 단번에 그것이 식물임을 알게 하는 것은 식물의 단순한 모듈, 즉 줄기와 잎이 반복되는 모듈 때문이다. 식물이 가장 단순한 모듈의 예를 보여주지만 동물도 모듈화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실험동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초파리를 보면 모두 8개의 마디(체절)로 이루어져 있다.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파리를 떠올려보라. 엉덩이 부위에 마디가 보일 것이다. 흉부 또한 3개의 마디로 되어 있다. 이들이 모두 모듈화되어 있는 체절이며, 각 체절들은 유사성을 가짐과 동시에 상이성을 가진다. 어떤 체절에는 날개가, 어떤 체절에는 다리가 붙어 있는 등 변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곤충의 비유에서 체절 간의 유사성이 잘 이해되지 않으면 당신의 손가락 마디를 들여다보라. 엄지, 검지, 중지에 따라 길이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세 마디로 이루어져 있고 마디 간의 길이는 모두 황금비율로 이루어져 있다. 마디별, 즉 체절별 유사성과 상이성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유전학적으로 표현하면 유사성의 특성은 같은 종류의 유전자 작용에 의해, 상이성의 특성은 다른 종류의 유전자 작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생물 개체의 발생 과정을 들여다보면 유사성과 상이성이 모듈별로 나타나기 때문에 소수의 유전자만으로도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함을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생물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많지 않은 유전적 차이로 각 종마다 매우 다양한 생물적 특성들이 나타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정리하면 모든 생물체는 모듈화되어 있다. 모듈화된 신체 부속지들은 비슷한 유전자 툴킷을 이용해 동일한 방식으로 각 부속지들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2만여 개의 유전자가 있으면 아무리 복잡한 생물체라도 능히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5부·생명은 진화한다
우리는 아직 이유를 모르지만 영원히 살지 못한다. 40억 년의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영원히 사는 방법을 깨친 생명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생명체는 영원히 살기 위한 대안으로 복제성을 선택했다. 복제를 통해 자신이 가진 정보를 대대손손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복제는 에러를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확률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동적 평형 상태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에러를 피할 수 없는 복제기계는 변이를 만들어내고, 그 변이들은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한다. 생명체에게 진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끝나지 않는 군비경쟁
2009년 한 해 창궐한 신종플루는 전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건과 진화에 대해 공부시켰다. 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대개 바이러스 아니면, 박테리아이다. 물론 말라리아처럼 기생충이 병원체인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듣게 되는 유행병은 대부분 이 두 부류에 속한다. 바이러스가 병인인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 세포의 수용체 단백질과 바이러스의 침투 단백질 간의 결합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때 두 단백질이 결합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3차 구조가 서로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러한 단백질과 단백질의 결합, 혹은 상호 작용 때문에 간혹 사람들은 ‘왜 인간이 그런 수용체 단백질을 가지고 있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런 수용체 단백질이 없으면 바이러스가 와서 결합하지 못할 것이고 당연히 병에 걸리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해 마시라! 수용체 단백질은 바이러스와 결합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고 원래 따로 목적이 있어 인간 생존에 꼭 필요한 단백질이다. 바이러스가 진화하여 그런 중요한 기능을 가진 인간의 수용체 단백질에 결합하는 감염 단백질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인간이 병에 걸리는 것이다.
익숙한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인간에게 에이즈(AIDS)라는 질병이 처음 보고된 것은 1980년대 초반이었다. 100년 전에는 이런 질병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약 100년 전 카메룬 남동부 지역에서 침팬지로부터 유사 질병이 인간에게로 전염되면서 에이즈는 인간의 질병이 되었다. 침팬지를 감염시키는 SIV(Simian Immunodeficiency Virus)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키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바이러스로 진화한 것이다. 이후 1960년대 콩고에서 면역주사를 놓다가 HIV로 오염된 주사기를 사용하는 바람에 인간 사회에 널리 확산되고 말았다. 이는 자크 페핀이 『AIDS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밝힌 내용이다.
에이즈의 사례에서 우리는 바이러스가 침팬지에서 인간으로 숙주를 바꿔버린 진화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진화가 가능한 이유는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사소한 변화가 일어나 침팬지세포에 결합하던 gp120이라는 감염 단백질이 인간세포의 CD4 수용체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대개 유전적 변이가 쉽게 일어나고, 특히 HIV바이러스는 이러한 변이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는 바이러스로 악명 높다. 에이즈 기원의 사례에서 우리는 또한 병원체의 숙주 특이성이라는 생물학적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병원체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침투해 들어갈 수 있는 숙주가 있고, 침투할 수 없는 숙주가 있다. 이를 숙주 장벽이라 하는데, 침팬지에 감염되는 SIV는 인간을 숙주로 침투할 수 없고, 인간에 감염되는 HIV는 침팬지를 숙주로 침투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다른 동물에 치명적인 병을 유발하는 병원체가 인간을 병들게 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ARS(사스)나 신종플루, 조류 독감 등은 가금류에서 인간에게로 전염되는 질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바이러스가 재빨리 진화해서 숙주 장벽을 넘어오는 경우다. 이 경우 인간에게는 항체가 없기 때문에 대유행병으로 확산되어 세계 보건에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이 또한 생명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인 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이다.
다시 신종플루 이야기로 넘어가자. 1919년 스페인독감으로 대유행했던 신종플루는 90년 동안 인간과 끝나지 않는 군비경쟁을 벌였다. 독감이 한 번 창궐하고 나면 인간 개체군 내에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체계인 항체가 형성되고, 그러면 더 이상 독감이 확산되지 않고 잠잠해진다. 그러다 플루 바이러스의 일부가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인간의 면역 체계를 뚫고 들어가면 다시 인간 세계에 확산되어 유행성 독감이 나타나게 된다. 최근 이 과정을 분자적으로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가 인간의 면역 체계에 들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표면단백질을 끊임없이 다르게 위장해왔다는 것을 알아냈다. 병과 병원체는 숙주, 즉 우리 몸의 방어 체계와 끊임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공진화를 해온 것이다. 이렇듯 2009년 신종플루의 창궐은 진화의 훌륭한 사례를 보여주었다.
진화의 분자 메커니즘
바이러스는 물론 생명체라 볼 수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진화를 훌륭한 진화의 사례라고 설명하면 반박하는 창조론자들이 있다. 바이러스는 생명의 가장 중요한 두 특성, 복제와 변이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데 큰 무리가 없지만, 구태여 논박한다면 그냥 진화가 어떻게 가능한지 그 분자적 메커니즘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이 책에서는 주로 진화가 일어나는 분자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나는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진화가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것은 분자적으로 진화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을 나누고 싶은 것이 이 단원의 목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화가 사실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일단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빅뱅 이후 137억 년이 지났다. 그리고 빅뱅 당시의 뜨거운 우주에는 생명이란 것이 존재할 수가 없었다. 지구라는 행성이 생성된 것이 50억 년 전, 이는 현대물리학이 밝혀낸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최초 지구에는 아무런 생명이 없었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이후 50억 년 동안 매우 단순한 생명에서, 즉 아주 단순한 시작에서 출발하여 점점 더 복잡하고 세련된 생물체가 하나둘씩 지구 상에 나타난다.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경이로운 무한한 생물종들이 출현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마지막 1분 동안 인류가 출현하여 지구의 지배자인양 행세하고 있다(지구의 역사를 12시간으로 환산하면 인류는 마지막 1분을 남겨놓고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이들이 한꺼번에 창조되었다는 말은 그야말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다. 진화의 사례는 너무나 많아 이 책에 도저히 다 담을 수조차 없다. 이러한 사례를 가장 설득력 있게 소개한 책이 제리 코인의 『지울 수 없는 흔적』이다. 진화론 대 창조론의 논쟁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꼭 읽어보기 바란다. 진화에 관한 엄청난 증거들이 현대생물학의 발달과 함께 쏟아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진화의 분자 메커니즘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마치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진화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진화론을 대중들이 받아들이게 했듯이, 나는 진화가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가능한가를 보여줌으로써 진화가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사실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 마지막 갈무리에서 인용했다. 원 내용은 “정해진 중력 법칙을 따라 이 행성이 끝없이 회전하는 동안, 아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경이로운 무한한 생물종들이 진화해왔고, 진화하고 있고, 진화해갈 것이다. 이러한 생명관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생명의 진화
지구에 생명체가 출현한 지 약 40억 년, 호주 필라바에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는 35억 년 전 지구 상에 번성했던 박테리아의 화석이다. 이후 지질학적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복잡하고 정교한 생명체가 출현하기 시작했으니, 중요한 사건별로 간략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24억 년 전 광합성을 하는 생물 개체가 급격히 증가하여 산소폭증기(great oxidation)가 있었고, 약 10억 년 전 원핵생물인 박테리아보다 세포 내막계가 복잡한 진핵생물이 출현했다. 이후 곧장 세포별로 기능이 분화된 다세포생물이 나타났다. 4억 5,000만 년 전에는 최초의 육상식물이 출현했고, 3억 년 전 페름기에 이르러 포유류의 조상인 단궁류가 출현했다. 그러나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사건을 겪으면서 다수의 생물종이 갑자기 사라졌으며, 그 빈 생태적 공간을 공룡들이 차지하여 쥐라기, 백악기에 걸쳐 공룡의 시대가 되었다. 약 7,000만 년 전 백악기 말, 신생대 초에 K-T대멸종이 일어나 대부분의 공룡이 멸종의 길을 걸었고, 그 빈 생태적 공간을 포유류가 차지했다. 속씨식물은 1억 3,000만 년에서 9,000만 년 전부터 출현했고, 꽃가루를 날라주는 곤충과 함께 공진화하여 오늘날까지 번성하고 있다. 인간은 600만 년 전 유인원과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현생인류로 발전했는데, 지구의 역사를 12시간으로 맞추어 시계를 돌려보면 마지막 1초를 남겨놓고 인류가 지상에 출현한 셈이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진화는 그럴듯한 하나의 이론이 아니고 과학적 사실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지상 최대의 쇼』라는 책에서 한 말이다. 그는 평생을 창조론자들과 싸우며, 비과학적 신념들을 깨뜨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나같이 물렁한 생물학자는 왜 그런 힘든 싸움을 구태여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냥 진화는 사실이고 종교는 신념인데, 그 신념의 영역에 비이성이 게재되어 있다고 구태여 싸움을 벌여야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왕에 세게 붙었으니 이겨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 허망해 보이기까지 한 세상에 이성과 진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세계관을 펼쳐주기 바란다. 우상에 대한 믿음 없이도 이 세상은 살아갈 만한 장소이고, 따뜻한 마음들로 채울 수 있는 공간임을 깨닫게 해주기 바란다. 진리가 너희를 이념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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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흐름을 유지하는 물질대사
·생명은 흐름이다·
우리는 매끼 밥을 먹는다. 식사를 하고 배설을 하는 물질대사가 생물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끼 식사량을 평균 200그램 정도로 보면 하루 600그램, 1년에 220킬로그램의 음식물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성장기의 아이들이 아니라면 우리 몸무게는 1년 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220킬로그램의 물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물론 많은 양이 운동 에너지로 빠져나가고 일부는 배설된다. 말하고, 걷고, 뛰고 등등 다양한 운동 과정에서 내가 먹은 음식물의 에너지가 빠져나간다. 특히 우리 뇌는 멍청히 앉아만 있어도 전체 에너지의 25퍼센트를 소모하는 에너지 먹는 하마이다. 그렇다면 모든 음식물이 분해되어 에너지 형태로 소모되는 것일까?
내가 먹은 음식이 내가 되는 신토불이
일반적으로 몸의 체중이 무지막지하게 불지는 않으므로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음식물이 에너지가 소비되는 과정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틀렸음을 실험을 통해 입증한 이가 독일 태생의 미국 콜럼비아대 교수 루돌프 쇤하이머다. 그는 류신*이라는 아미노산을 방사성 동위원소로 표지하여 음식에 섞은 다음 성체의 쥐에게 먹이는 실험을 했다. 방사성 표지가 어디로 가는지를 추적해본 것이다. 그 결과, 실험 기간 동안 쥐의 체중은 거의 늘거나 줄지 않았고, 약 50퍼센트의 동위원소는 배설되어 사라졌지만 나머지 50퍼센트는 쥐의 체내에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음식물이 에너지로 완전 연소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 것이다. 그다음으로 방사성 표지가 어디에 남았는지 확인해보니 그야말로 온몸 구석구석에 퍼져 있었다. 쥐의 신체를 구성하는 여러 성분이 방사성으로 표지된 것이다. 어떤 아미노산이 동위원소로 표지되었는지를 확인한 결과 류신뿐만 아니라 글리신이나 알라닌, 글루탐산, 메티오닌, 시스테인 등등 다른 20종의 아미노산들에도 방사성 표지가 나타났다. 이것은 류신이 장에서 흡수되어 바로 단백질합성에 사용된 것이 아니라, 더 작은 분자로 분해된 다음 다시 아미노산 생합성 과정을 거쳐서 단백질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분해되었다가 다시 우리 몸의 일부로 재편성되는 것은 단백질이나 아미노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심지어 잉여로 투입되면 체지방으로 쌓일 것으로 생각되는 지방조차도 같은 실험을 해보면 우리 몸의 구석구석까지 퍼져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속에 있는 원소들은 1년 뒤면 거의 다른 원소로 대치된다고 한다. 1년이 경과한 뒤 우리 몸을 살펴보면 우리 몸의 98퍼센트는 이미 다른 원소로 대체되어 있다. 즉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 몸으로 변하는 신토불이를 볼 수 있다.
동적 평형 상태의 흐름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가 교체되는 속도는 사실 신체조직에 따라 다르다. 아마 가장 빨리 교체되는 조직이 피부일 것이다. 피부는 재빨리 생성되었다가 재빨리 사라진다. 그중 많은 양이 때의 형태로 밀려나간다. 이러한 순환이, 즉 새로운 세포로의 교체가 피부의 경우 약 6주 정도 걸린다. 간 조직도 비교적 생성과 소모가 활발해 2개월 정도면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고, 적혈구의 경우 약 4개월이 걸린다. 말하자면 4개월 뒤에는 내 피가 새로운 피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예상할 수 있듯이 가장 안 바뀌는 신체조직이 뼈이다. 그러나 뼈도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서서히 새로운 뼈로 교체된다. 이런 관점에서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생명을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하나의 흐름”이라 규정했다. 이를 좀 더 시각적으로 비유해보면 생명은 물질대사라는 흐름 속에서 일정한 형태가 나타나는 분수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분수는 물의 유입과 배출이 계속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이지만, 사진을 찍어보면 뚜렷한 하나의 형태가 나타난다. 신기루처럼 여겨지지만 전혀 신기루가 아닌 ‘형태가 있고 만져보면 만져지는 실체가 있는 존재’가 분수인 것이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물질은 끊임없이 우리 몸속에 새로 들어오고 그전의 것들은 나가고 하는 하나의 흐름으로서 우리 몸에 잠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공과 색이 윤회하는 이 세상에 하나의 흐름으로서 잠깐 세상을 살다가는 것이 생명이 아닐까!

[사진 설명] 분수는 하나의 흐름이지만 그 흐름이 계속되는 한 일정한 형태가 유지된다.
물질대사는 흐름의 메커니즘
이러한 물질의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물질대사이다. 생명체의 몸에서 일어나는 물질대사는 크게 동화(同化) 작용과 이화(異化) 작용이 있다. 한자어에 익숙지 않은 독자라면 이게 뭔말인고 할 것이다(언젠가 과학 용어의 한글화 작업을 대대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동화 작용은 생합성 과정을, 이화 작용은 분해 과정을 말한다.
생명체의 물질대사를 구축하는 세 가지 대사 회로가 캘빈 회로, 해당 작용, 크렙스 회로이다.* 이 세 가지 대사경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생합성과 분해작용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느냐는 순전히 화학적 법칙, 즉 반응물과 생성물 중 어느 쪽 농도가 높으냐에 따라 결정된다. 말하자면 물질대사가 국소적으로 봤을 때는 생합성이 일어나기도 분해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하나의 흐름으로서 불어나지도 줄지도 않는 평형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마치 흐르는 분수처럼! 그래서 생명은 흐름이다.

쇤하이머 교수의 연구는 우리가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놓았다.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을 통해 우리는 생명을 자기 복제 시스템으로 규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명관은 바이러스라는 존재를 보면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는 자기 복제 시스템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지만 이를 생명이라 정의하지는 않는다.* 스스로의 물질대사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기 복제 시스템을 스스로 포기한 트랜스젠더를 생명이 아닌 무생물로 취급한다면 큰일 날 일이다. 그들은 엄연히 고귀한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다. 쇤하이머는 ‘생명은 자기 복제 시스템’이라는 생명관을 ‘생명은 동적 평형 상태에서 자신을 유지하는 흐름’이라는 생명관으로 바꿔놓았다. 이렇게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하나의 흐름으로서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단지 아이를 낳기 위한 복제기계가 아니라 존엄성을 가진 인간, 진리를 추구하는 인간, 완성된 인격체로서의 인간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 흐름 속에 무엇을 채워넣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노력과 의지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물길 속의 직소퍼즐
생명을 분수와 같은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하면 그 아름답고 완벽한 대칭에 조각처럼 예쁜 생명체의 형태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궁금해진다. 어떻게 흐름 속에 있는 물체가 그토록 정교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절묘하게 제시한 사람이 후쿠오카 신이치 교수이다. 그는 저서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서 형태를 유지하는 비결이 직소퍼즐에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저자는 생명을 동적 평형 상태의 모래성이라 비유했다. 얼마나 멋진 비유인가! 이것이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물리적으로 완전히 다른 원소로 구성되지만 내 친구들이 나를 알아보는 이유이다.
직소퍼즐의 원리를 함께 생각해보자. 나는 가끔 휴가철이나 여가 시간에 1,000피스짜리 직소퍼즐을 맞추고는 한다. 최근에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명화 퍼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간혹 직소퍼즐을 서너 달에 걸쳐서 맞추다 보면 중간에 한두 조각이 버뮤다 삼각지대로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있다. 다행히 이럴 때를 대비하여 직소퍼즐 회사에서는 잃어버린 조각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퍼즐 상자에는 항상 우편엽서가 들어 있는데, 그 속에는 내가 잃어버린 조각이 무엇인지 묘사하여 보낼 수 있게 해놓았다. 이제 내가 필요로 하는 조각이 어떤 조각인지 설명하기만 하면 공장에서 보내줄 것이다. 어떻게 설명할까? 하늘 배경의 흰 회오라기가 나선으로 돌아가는 부분이라고 설명할까? 아니면 좌표로 가로세로 몇 센티미터 부분의 조각이 빠졌다고 설명할까? 쉬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생각해보라. 1,000피스짜리 직소퍼즐에서 어떤 조각이 분실되었는지 설명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이 문제의 절묘한 해답은 우편엽서 안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제조회사에서는 빠진 조각을 금방 알아볼 수 있게 잃어버린 조각을 둘러싸고 있는 여덟 조각을 우편엽서에 풀이나 테이프로 붙여서 보내라고 안내한다. 여덟 조각을 이어놓으면 잃어버린 조각이 어떤 것인지 금방 맞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간단한 해답이다. 직소퍼즐을 맞춰본 사람은 알겠지만 1,000개의 조각 가운데 모양이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때문에 고흐의 그림을 보지 않고 거꾸로 뒤집어서 맞추어도 맞출 수 있다. 물론 시간은 꽤 걸리겠지만 이 작업을 어렵지 않게 해내는 자폐아들도 있다고 한다.
후쿠오카 신이치는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질이 계속 특정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생명체의 비법이 이러한 직소퍼즐 방식이라 설명한다. 조금 자세히 말하면 생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어떤 단백질이 낡아서 훼손되면 그 단백질은 빠져나가고 새로 합성된 단백질이 그 자리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때 새로 만들어진 단백질 중 그 자리에 상보적으로 딱 맞는 형태를 가진 단백질이 들어오게 된다는 말이다. 즉 잃어버린 직소퍼즐 조각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생물체 내에는 단백질 간의 상호 작용이 잘 알려져 있다.* 최근의 생물학적 경향은 빅 데이터를 창출하는 거대생물학이 주도하므로 조만간 포유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을 구성하는 단백질도 전체 단백질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는지 밝혀낼 것이다. 이러한 단백질 간 상호 작용 네트워크는 직소퍼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직소퍼즐은 단백질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거대분자들이, 나아가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전체 분자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그 형태를 결정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다만 직소퍼즐의 비유가 생명체에 맞지 않는 점이 있다. 직소퍼즐은 상보적 형태가 딱 맞춰지면 고정되어버리지만, 생명체의 직소퍼즐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유동적이다. 생명 자체가 하나의 흐름이기 때문에 새로운 분자가 들어오고 낡은 분자가 나가는 현상이 유동적으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즉 모든 분자 간 상호 작용은 떨어졌다 붙었다를 되풀이할 수 있는 동적 평형 상태에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생명은 동적 평형 상태에서 직소퍼즐을 수행하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직소퍼즐을 수행하는 손은? 본문 1부 5장 〈생명의 레고블록〉에서 직소퍼즐을 수행하는 손이 단백질임을 설명할 것이다.

[참고 이미지] 직소퍼즐 고객카드 작성 요령 설명서
[본문 주석 모음]
- 류신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20종의 아미노산 중 하나다. 아미노산에 대한 설명은 본문 1부 5장 〈생명의 레고블록〉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 캘빈 회로, 해당 작용, 크렙스 회로에 관해서는 본문 1부 7장 〈생명체의 현찰 에너지〉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 본문 1부 3장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화학 결합〉에서 영화 〈트랜스포머〉 속 기계인간이 가능한지를 논의하면서, 생명의 다섯 가지 특성을 자세히 기술했다. 그 부분을 참조하기 바란다.
- 2008년 10월 《사이언스》 저널에 효모균의 모든 단백질들이 세포 내에서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는지를 밝힌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Yu et al. (2008) High-quality binary protein interaction map of yeast interactome network. Science Vol. 322; 104-110.
- 생명을 구성하는 거대분자 네 가지는 단백질, 핵산, 탄수화물, 지질이다. 이 중 생명에 기능을 제공하는 분자, 즉 생명체가 생명으로서 작동하게끔 하는 분자가 단백질이므로 단백질의 사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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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양한 곳에서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요청받아 진행해왔다. 강연의 초창기, 한 시간짜리 강연이지만 그 안에 '생명'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담았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청중들에게 생명을 개념적으로 모두 이해하게 했다는 생각은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어찌 보면, 무려 30여 년 동안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내 정신세계에 스며들었던 생물학적 개념을 고작 한 시간에 다 이해시킨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생명(생물학)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써보면 어떨까, 각자의 속도에 맞춰 읽고 이해하며 한 걸음씩 배워갈 수 있는 제대로 된 생물학 커리큘럼을 담은 책이라면, 생명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를 통해 내가 알고 있는 생물학적 개념의 핵심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 마음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지질학자 한 분과 식사하며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기독교신자이기도 한 그분은 지질학 분야에서 꽤 인지도가 있고 학식도 깊었다. 식물분자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다는 내 이야기를 들은 그분은 "식물의 종자는 참 놀라워요. 죽었던 것이 어떻게 따뜻한 봄이 오면 새싹을 틔우고 살아나는지......" 하고 말했다. 지질학자의 입장에서는 식물의 발아과정이 죽은 이가 다시 살아나는, 일종의 '부활'이라 부를 수 있는 경이로운 일로 보인 것이다. 하긴 수천 년 된 종자가 발아했다는 기사도 나오는 판이니 그렇게 오해할 만도 하다. '일반인들은 이런 생물학적 오해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그때의 생각은 내게 생명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소개하는 책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가히 21세기는 생물학의 세기라는 구호에 걸맞게 각종 신문기사나 사설, 매스컴 등에 생물학 관련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기사에 깔린 생물학적 지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뉴스를 접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아마 이 때문에 뉴스는 항상 '세계 최초'라는 수식을 달고 나와야 기사가 성립되는 촌스러운 상황이 연출되는지도 모른다. (모든 자연과학 논문에 발표된 내용은 다 세계 최초이다. 세계 최초가 아니면 논문으로 발표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제발 그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그만 쓰자!)
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내가 친지들에게 가장 많이 들어온 생물학 관련 질문 중 하나는 'GMO 식품을 먹어도 안전하냐'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은 '안전하다'이다. 그러나 친지들은 신뢰할 수 있는 생물학자에게서 보다 알아듣기 쉬운 설명이 나오기를 원했다. 물론 음식이 인간의 배 속에 들어가면 모든 성분이 다 영양원으로 소화되기 때문에…… 어쩌고저쩌고 하고 비교적 간단히 설명할 수도 있지만, 친지들이 정말로 그 사실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피상적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아, 정말 그렇구나!' 하고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생물학 지식을 논리적으로 바르게 알아가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일반인들은 내가 생물학 교수라는 얘기를 들으면 "난 생물학이 재미없었어요. 그나마 과학과목 중에 생물학이 쉬웠어요!"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물론 중고등학생들도 똑같은 말을 종종 한다. 재미는 없지만 쉬운. 일견 모순처럼 보이는 두 의견은 생물학이 암기 과목이라는 곳에서 합의점에 이른다. 현재 중고등학생들과 그와 같은 교육과정을 거쳐 사회에 진출한 사람들, 더 포괄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생물학 전공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개 생물학에 대해 이처럼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30여 년의 시간 동안 생물학을 공부 혹은 연구하면서 생물학이 암기과목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연구 생활을 하면서는 생물학이 물리나 수학, 화학처럼 논리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전형적인 과학과목이라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 어째서 이런 괴리가 생겨버렸을까? 중고등학교, 심지어 대학에서도 생물학을 논리적 학문으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2011년 겨울, 서울대학교 입시 면접 및 구술고사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일주일 간 모처에서 합숙한 적이 있다. 당시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 여러 권을 찬찬히 살펴볼 기회가 생겼는데, 생물학에 대한 오랜 오해의 이유를 그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교과서 속 생물학은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학문이 아니라 잡다한 지식의 암기를 필요로 하는 박물학이자 논리적·수리적 사고가 필요 없는 학문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이러한 심각한 왜곡 현상이 고착되고,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난 암기가 싫어서 생물학이 싫어요!"라는 절규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생물학에 대한 호기심을 내던져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이는 내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생물 공부가 암기만 하면 되는 지루한 과목이라는 일반화된 상식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생물학도 물리학이나 수학, 화학 같은 논리적 과학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의 제목을 한때 '21세기에 다시 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고 할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천재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1948년에 쓴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 제목을 차용한 것이다. 슈뢰딩거는 DNA가 무엇인지 유전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시기에 생물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려 시도한 책을 썼다. 당시까지 축적된 물리적·화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생명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려 한 것이다. 그가 지금 시대의 생물학적 지식을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책을 쓸까를 상상해보고는 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읽어보면 한층 더 재미있게 생물학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말하자면 물리학과 화학의 지식을 동원하여 생물을 이해한다는 관점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내가 고1인 우리 아이에게 생물을 이해시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고민하여 얻은 성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며 재미있는 생물학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해보자 생각하고 쓴 글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생물학을 접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치며, 무엇보다 세상, 우주, 인간, 나를 이해하는 즐거운 생물학 여행에 동참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2014년 11월
지은이 이일하
[차례]
1부 생명은 흐름이다
- 흐름을 유지하는 물질대사 | 43
- 생명은 흐름이다!
- 무생물에서 생물이 빚어지는 마술, 창발성 | 53
- 생명은 탄소골격의 화학조립체
-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화학 결합 | 64
- 영화 <트랜스포머> 속 기계인간은 가능할까?
-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 78
-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들
- 생명의 레고블록 | 86
- 생명성을 제공하는 분자와 정보 저장 분자
- 생명의 최소단위, 세포 | 98
- 왜 코끼리만 한 세포는 없을까?
- 생명체의 현찰 에너지, ATP | 110
- 우리는 에너지를 어떻게 얻을까?
2부 생명은 반복한다
- 세포들의 젊어지기 | 129
- 낡은 세포는 가고 신선한 세포가 들어서니
- 생식세포의 생산 | 137
- 회춘하는 세포들
- 유전적 다양성 | 143
- 지구 상의 오직 한 사람 내가 유일무이한 이유!
- 붉은 여왕과 성의 진화 | 148
- 여왕님은 왜 계속 뛰고 계세요?
- 멘델의 유전 법칙 | 154
- 입자성 유전의 패러다임
- 유전 물질의 발견과 이중나선 | 167
- 왓슨과 크릭의 통찰력
3부 생명은 해독기다
- 디지털 정보와 아날로그 정보 | 177
- 1차원 정보가 3차원 정보로 전환
- 유전 정보를 복사하는 전사 | 185
- 필요한 만큼만 복사해라!
- 복사체를 이용한 단백질 생산, 해독 | 191
- 세포 내 공작기계, 리보좀
- 유전자 발현 조절 | 200
- 세포마다 다른 이유
- 유전공학의 탄생 | 208
- 신이 된 인간
- GMO의 생산 | 216
- 사장 되어가는 제2의 녹색혁명 기술
4부 생명은 정보다
- DNA, 유전자, 그리고 게놈 | 227
- 이름부터 알고 보자!
- 인간 게놈 프로젝트 | 236
- 대량 정보의 생산과 처리
- 게놈 속의 정보 | 247
- 생명의 설계도에는 어떤 내용이?
- 인간 게놈 속의 암흑 물질 | 255
- ENCODE 프로젝트
- 생명의 탄생, 배발생 | 267
- 오리가미를 수행하는 보이지 않는 손
5부 생명은 진화한다
- 다윈의 진화 메커니즘, 자연선택 이론 | 285
- 이토록 단순한 이론!
- 내 손안에 일어나는 진화 | 297
- 20년에 걸친 렌스키 교수의 진화 실험
- 신종플루의 진화 | 306
- 빠르게 진화하는 독감 바이러스
- 진화의 동인 | 321
- 돌연변이는 자연의 섭리
- 유전자의 생성 | 333
- 유전자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 생명의 진화 | 344
- 35억 년이라는 장구한 시간
- 인간의 진화 | 353
- 우리만 있었던 게 아니야!
에필로그 | 363
감사의 말 | 371
도판출처 | 372
참고문헌 | 373
찾아보기 | 374
프롤로그
2009년 여름 하와이 학회에 참석했다가 바닷물에 빠져 죽은 적이 있다. 스노클링을 하면서 정신없이 물고기를 쫓아가다 그만 차갑고 깊은 물웅 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정신을 잃은 것이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라 주변의 아무도 사고가 난 것을 몰랐고 익사가 될 때까지 꽤 긴 시간 방 치되었었나 보다. 저절로 물에 떠오른 시신이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이를 보고 놀란 수영객들에 의해 해변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급히 건져 올린 시신은 눈동자가 뒤집혀 있었고, 달려온 앰뷸런스에서 긴급조치를 하며 심장박동기를 갖다대었을 때 심장은 멈춰 있었다. 죽은 것이다. 전 기충격기로 심장에 충격을 가하길 세 차례 다행히 심장은 다시 박동하기 시작했고, 급히 병원으로 실려간 나는 일주일간의 특수 저온 조치를 통 해 되살아났다. 의식이 없는 혼수상태에서 일주일을 보낸 뒤에야 발가락이 움직이더니 이어서 의식이 돌아왔다고 한다. 말하자면 임사체험을 한 것이다.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임사상태 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흔히 듣는 대로 찬란한 빛이 내 려쬐는 평화로운 동산에 꽃과 새들이 노래하는 평화로운 정경을 보았느 냐, 아님 다른 임사체험이라도 했느냐는 질문이다. 최근 하버드 대학의 신 경외과 의사이자 뇌신경 과학자인 이븐 알렉산더 교수가 일주일간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서 ‘자신은 천국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된 적 있다. 임사체험을 하고 난 뒤 깨어나서 사후세계에 대해 과 학적인 지식을 동원해가며 열심히 자신이 본 천국에 대해 설명하고 다닌 단다. 풋! 스스로를 신경생물학자로 생각하고 있다니 놀라웠다. 나는 생 물학자로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사고가 났을 때 전기충격기로 심장 을 되살려 내기 전의 나는 생명체일까, 무생물일까? 심장이 멈췄을 때의 나와 심장이 다시 박동할 때의 나는 물리적・화학적으로 얼마나 다른 상 태일까? 생물학적으로는 또 얼마나 다른 상태일까? 이러한 의문이 지난 5년 동안 내 뇌리를 계속 뱅뱅 맴돌았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사실 굉장히 쉬운 질문이다. 사물에 대 한 인지 능력을 가지기 시작하는 서너 살 나이만 되어도 근사하게 다듬어 진 돌멩이가 무생물이고 내 주변을 귀찮게 맴도는 파리가 생물임을 쉽게 구분한다. 어떤 물체를 갖다놓고 이게 생물이냐 아니냐를 물어보면 꼬마 아이들도 쉽게 답을 할 것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식물을 갖다 놓고 이게 생물이냐 아니냐를 물어보면 대단히 쉽게 생물, 그것도 식물임 을 정확히 알아맞힌다. 물론 그 식물의 이름은 모른다. 이름은 모르지만 생물임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플라톤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명체에는 생명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떤 ‘이데아’가 있는 것이다. 난 이 책에서 생명체가 갖고 있는 ‘이데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이 질문에 논리적으로 답하 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 물에 빠져 죽은 상태로 건져 올려진 나는 생명인 가, 아닌가? 앰뷸런스의 구급대원이 전기충격기로 충격을 두 번만 주고 포기했으면, 흰 천으로 내 몸을 싼 채 병원으로 싣고 가서 냉장실에 집어 넣었으면, 나는 그야말로 죽은 것이며 무생물이 되었을 것이다. 내 연구실 냉장고에 바짝 마른 채 10년째 저장되어 있는 보리씨앗은 내 지인인 지질 학자의 생각처럼 죽은 것인가, 혹은 산 것인가? 물 밖으로 꺼낸 날도래는 꼼짝도 하지 않고 한참 동안 그대로 있다. 더구나 껍질이 모래알갱이로 이루어져 있으니 무생물처럼 보인다. 산호초는 또 어떤가! 이렇듯 얼핏 보면 무생물처럼 보이는 무수히 많은 생물들이 있다. 이들을 모두 아우르 는 생명에 대한 정의, 이데아가 필요하다. 생명체의 이데아를 드러내기 위 해 생명의 정의에서부터 시작하여 생명의 여러 가지 특성, 생명의 작동원 리, 말하자면 작동 매뉴얼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우선, 여기 프롤로그에 서는 생명의 본질을 설명해줄 수 있는 특성들, 이데아에 대해 간단히 살 펴보기로 하자.
생명의 특성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생명이란 자체 신호를 가지고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는 물체를, 그러한 기능이 종료되었거나(죽음) 또는 그러한 기능이 없어 비활성체로 분류되었거나를 막론하고 그렇지 않은 것과를 구별 짓 는 특성이다”. 솔직히 이 말이 무슨 소리인지 생물학자인 나도 단숨에 이해되지는 않는다. 아마 이 글을 올린 사람은 생명체의 자기 유지 기능, 즉 항상성을 생명의 핵심으로 본 것 같다. 나는 이 글을 올린 사람과 약간 다 른 관점에서 생명의 핵심을 이해하고 있다. 우선 생명의 교과서적 다섯 가지 특성을 살펴보자.
첫째, 생명체는 성장을 하고 이를 위해 물질대사를 한다. 영양분을 섭취 하고, 배설하는 행위를 통해 생물은 고도로 정교한 형태를 계속 유지하며 성장한다.
둘째, 생명체는 주변 환경의 자극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을 보인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도 빛에 대해서 반응하고 온도에 대해 생리적으로 천천히 반응한다.
셋째, 모든 생물은 지속되는 환경에 대해 적응하는 특성을 보인다. 추운 북극 지역에 사는 동물들이 지방질이 풍부하고 뚱뚱한 반면 뜨거운 적도 지역에 사는 동물들이 대개 날씬한 특성을 보이는 이유가 이러한 환경에 대한 적응 때문이다.
넷째, 어떤 생물도 영원히 살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생물은 생식을 통해 자손을 남긴다.
다섯째, 모든 생물은 천천히 진화 과정을 거친다.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지상의 모든 생물체는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은 최종 승리자이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 특성인 물질대사, 자극반응, 환경적응, 생식과 진 화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생명의 요소를 꼽으라면 난 항상 생식과 진화를 꼽는다. 이를 진화론자들이 흔히 쓰는 용어로 바꾸면 복제와 변이다. 생식이란 자신과 같은 자손을 복제하는 것이고, 진화란 복제 과정에서 일어나 는 사소한 에러, 즉 변이가 축적되면서 서서히 생물체가 바뀌어가는 것을 말한다. 그런 맥락에서 복제와 변이가 생물의 가장 핵심적 요소라는 주장 은 위키피디아의 정의에서 강조하는 항상성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 다. 생물은 영원히 살 수 없기 때문에 자손을 통해서라도 지상에서 영속 하려는 특성을 가진 존재로, 수천 세대를 이어가면서 자신을 지구 상에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욕망으로 품고 있는 존재이다. 이제 기능적 측면에 서 생명의 특성들을 살펴보자.
1부·생명은 흐름이다
생물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황 등의 매우 단순한 화학원소들이 고도로 정교하게 조립되어 생명 활동을 갖게 된 존재(entity)이다. 내 몸을 구성하는 화학원소들은 137억 년 전 빅뱅에 의해 우주가 만들어지면서 생성된 그 원소들이다. 이 원소들이 때론 물질 속에 갇혀 있기도 하고 때 론 생명체 속에 들어가기도 하면서 돌고 돌아, 윤회한 뒤 오늘 현재의 내 몸속에 들어와 있다. 이 화학원소들은 내 몸속에 오래 머물지도 않을 것 이다. 내 몸을 구성하는 화학원소의 90퍼센트 이상은 1년 이내에 다른 원 소로 치환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몸은 개울물과 같이 세월에 따라 흘 러가는 하나의 물질 흐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생명이 흐름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생명은 탄소골격의 유기복합체
생명체에는 화학원소들 이외의 어떤 성분, 이를테면 영혼이나 생기력 과 같은 초자연적인 어떤 것이 깃들어 있지 않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고 귀한 생명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우리 생물학자들은 생물은 결국 유기물 덩어리라는 데 쉽게 동의한다.*
그렇다면 물질이 생명이 된다는 말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반문의 답은 애석하게도 그렇다이다. 물질이 생명이 되는 이 경이로운 현 상에는 창발성이라는 물질세계의 흥미로운 특성이 깔려 있다. 단순한 것 에서 복잡한 것으로 조직화되어가는 과정에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 로운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 창발성인데, 이 때문에 조직화가 어떤 임계점 을 넘어서면 물질에서 생명성이 돌연히 나타나게 된다.
지구 생명체는 당연히 지구 상에 존재하는 물질들로 빚어져 있다. 이 물질들 중 탄소는 다양한 원소들과 결합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화학적 특 성이 있어 지구 생명체의 골격을 이루는 원소가 되었다. 말하자면 생명체 는 탄소골격으로 이루어진 고분자복합체인 셈이다. 탄소골격으로 이루어 진 분자들 중 생명체를 구성하는 네 가지 거대분자가 탄수화물, 지질, 단 백질, 핵산이다. 이들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75퍼센트의 물을 제외하면 나 머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네 가지 거대분자를 조직할 때는 그보다 간단한 단위분자를 레고블록을 쌓듯이 연결시킨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라는 단위분자가, 탄수화물은 당이라는 단위분자가, 핵산은 뉴클레오티드라는 단위분자가 사슬처럼 연결되어 만들어진 고분자중합체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단위분자에는 없던 새로운 특성이 거대분자에서 창발적으로 나타난다. 이들 네 가지 거대분자들이 다시 정교하게 서로 결합하여 세포 라는 생명의 단위가 만들어지고, 세포들이 다시 서로 정교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생명체가 만들어진다. 단계별로 높은 수준의 조직화가 진행될 때 마다 새로운 특성이 창발적으로 나타나서 인간과 같이 정교한 생물체가 되는 것이다.
단백질과 핵산: 기능과 정보
생명을 구성하는 네 가지 거대분자 가운데 생명체에 기능을 제공하는 분자는 단백질이고, 정보를 제공하는 분자는 핵산, 즉 우리가 흔히 DNA 라고 알고 있는 분자이다. 단백질이 기능을 제공한다는 말은 생명체가 호 흡을 한다거나 뛴다거나 광합성을 한다거나 꽃을 피운다거나 등등 어떤 기능이 나타날 때 그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모든 생명 현상 을 가능하게 하는 궁극적 원인은 단백질이며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 또 한 단백질이다. DNA가 정보를 제공한다는 말은 생명체의 생명 현상이 다 음 세대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수 있게 단백질합성의 정보를 DNA에 저장 하여 전달한다는 말이다. 정리하면 생명 활동의 근원은 단백질이고 DNA 정보는 단백질합성의 정보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 불리는 20종의 단위체가 사슬구조로 연결되 어 있는 고분자중합체이다. 이러한 사슬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종류와 서열이 단백질에 기능을 부여한다. 어떤 아미노산이 어떤 순서로 배열되 었느냐에 따라 단백질의 3차 구조가 결정되는데, 이 구조로 말미암아 단백질의 기능이 결정된다. 즉 모양에 따라 각종 유기화합물과 결합할 수도 있고 각종 화학 작용의 촉매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단백질의 3차 구 조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단백질을 끓여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단백질을 끓는 물에서 끓이면 아미노산 서열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지만 그 기능이 소실된다. 이는 열에 의해 단백질의 3차 구조가 변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핵산의 정보 저장 기능은 그 단위체인 뉴클레오티드, 혹은 염기(A, T, G, C 네 가지만 있다)의 서열에 있다. DNA의 정보 기능은 화학 적 변성이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끓인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3차 구 조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백질 정보는 3차 구조가 중요한 아날로그 정보이고 DNA 정보는 서열이 중요한 디지털 정보이다.
엔트로피 법칙에 맞서는 생명
우리 몸은 얼핏 보면 우주의 섭리인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무질 서도) 증가 법칙에 어긋나는 존재인 듯하다. 세월이 지날수록 무질서해지 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질서가 잡혀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를 깊이 성 찰한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생명을 음의 엔트로피를 먹고 살아가는 존재라 정의했다. 생명체는 모든 환경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 이지만 실제로는 닫힌 계가 아니고 열린 계이고, 생물체 내에 축적되는 무 질서도를 감소시키기 위해 영양분을 끊임없이 섭취함으로써 자연의 법칙 을 회피한다. 이를테면 우리 몸은 엔트로피 법칙으로 보면 끊임없이 굴러 가는 자전거와 같다.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굴러가야 하 듯이 생명체가 살아 있기 위해서는 음의 엔트로피를 흡수하여 계속해서 체내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물질대사는 자전거를 계속 굴러가게 하는 동력인 동시에 흐름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메커니즘이다.
이런 관점에서 생물은 끊임없이 파도에 씻겨 내려가는 모래성이다. 생 명체를 구성하는 원소와 분자들은 계속해서 씻겨나간다. 우리 몸을 구성 하는 원자들 대부분이 1년 안에 새로운 원자로 교체된다. 즉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낡고 무질서해진 분자들이 씻겨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생물 체의 파도는 모래알을 씻어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래알을 가 져와서 모래성의 형태를 유지시켜주기도 한다. 모래성의 형태가 유지되 는 메커니즘은 직소퍼즐 맞추기와 같다. 낡은 조각이 씻겨나간 자리에 그 와 같은 형태를 가진 새로운 조각이 주변 퍼즐조각들의 형태 속에 상보적 으로 맞춰져서 들어가게 된다. 생물체 내에는 이러한 분자 간 상호 작용 이 수없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1년 전 내 모습이 대부분의 원소가 다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 모습과 같게 유지해주는 메커니즘이 다. 말하자면 생명체는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모래성이며, 물질대사는 형 태를 잃지 않고 그 모습을 유지해주는 힘이다.
생명의 에너지 대사
자동차가 가솔린이라는 탄화수소 연료로 작동하듯이 생명을 구성하는 세포는 ATP라는 유기분자를 연료로 사용해 작동한다. ATP는 가솔린보 다 분자량이 5배쯤 무겁지만 쉽게 쓰고 쉽게 재생하는 화학적 특성을 가 지고 있다. 생명의 에너지 연료를 생산하는 장소는 미토콘드리아와 엽록 체이다. 세포는 미토콘드리아라고 하는 배터리를 가지고 있어 이곳에서 ATP가 계속 생산된다. 식물의 경우에는 미토콘드리아뿐만 아니라 엽록 체라는 또 다른 배터리를 가지는데, 지구 상의 생물체는 모두 엽록체라는 배터리에서 충전한 태양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라는 배터리가 ATP를 생산하는 방식은 에너지 준위가 높은 전자를 전자전달계라는 통로 속에 콸콸 흘려 얻게 되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전자가 전자전달계 통로를 흘러가는 힘을 이용해 발전기 모터를 돌리면 ADP가 ATP로 전환된다. 이때 전자는, 미토콘드리아에서는 포도당 등의 음식물에서 떼어낸 전자이고, 엽록체에서는 빛 에너지를 받아 들뜬 엽록소에서 떨어져나온 전자이다. 이렇게 생성된 ATP는 생명 활동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반응, 운동, 생리적 작용에 연료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