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 내산 리뷰

30/10/2026

내돈 내산 리뷰 #2 낭만을 찾아서.

리뷰를 들고 오랜만에 돌아온다. 10월 초중,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느라 애들레이드의 식당을 방문할 기회가 아예 없었다. 어차피 구독자도 없고 읽어주는 사람도 없는데 무슨 얼어죽을 업뎃! 을 마음속으로 외치며 귀차니즘을 합리화 하는 찰나, 지난번 555 레스토랑의 리뷰에 동참했던 L양에게서 연락이 왔다. 

L: 요즘 연락이 뜸하네? 리뷰 더 안해요?

편집자: 바쁘기도 하고….귀찮기도 해서.

L: 놀러 다니느라 돈이 떨어진 것은 아니고?

편집자: (뜨끔!) 야! 내가 가진건 돈하고 가오 뿐이거든!

L: 그럼 밥을 사시든지.

편집자: ………….내가 요즘 바빠서………

L: 오늘 저녁 K양이 쏜다고 나오라던데 바쁘면……..

편집자: 콜! 무조건 콜!!

L: 바쁘다매?

편집자: 동생들이 보고 싶다는데 무조건 시간을 내야지 음 하하하.

L:……….

이렇게 해서 약속이 정해졌고 장소는 ‘홍빠오’ 로 정해졌다. 

이름부터 중국스러운, 애들레이드 유일의 정통 중화요리 식당을 표방하는 홍빠오로 가자는 말에 …..필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짜장, 짬뽕 과잉의 시대. 그리고 낭만 상실의 시대…………….

40대 이상의 한국인들에게 중국 요리도 아니고 한국 요리도 아닌 이상한 혼종 중화 요리는 낭만과 추억을 상징했다.

달콤하고 짧짤한 끈적한 소스와 달고 짠 단무지는 한국인의 입맛을 대변하는 단짠 단짠의 정석이자 원조였다. 

필자는 단언컨대 짜장면을 싫어하는 초딩을 본적이 없다. 

특히 50대 이상의 뇐네들에게는 짜장면은 생일이나 학교에서 상장이라도 받아 와야 겨우 먹을수 있는 특별한 날에 먹는 특식이었다. 

짬뽕은 또 어떠한가? 단짠 단짠의 초딩 입맛을 벗어나자 마자 목구멍을 강렬하게 파고드는 묵직한 불맛과 칼칼함에 매료되어 싸구려 빼갈(빠이주)을 비우던 삐뚫어진 학창 시절의 기억들 하나 쯤은 다들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시절 지방마다 달랐지만 단무지 반개에 술 한잔, 짬뽕 국물 한 숟가락에 또 한잔은 중고딩들의 암묵적인 국룰이었다. 

격동의 8-90년대를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밤낮 없이 바쁜 부모님이 식탁에 올려둔 오백원 천원으로 시켜 먹던  배달음식의 원조였던 짜장면 짬뽕, 

스마트 폰으로 뭐든지 배달 시켜먹는 지금 시대엔 짜장면 짬뽕은 어쩐지 올드하고 지루한 음식으로 전락했다. 

진짜 짜장면보다 맛있다고 광고하는 인스턴트 짜장 짬뽕 라면이 마트에 넘쳐나고 왠만한 한식을 표방하는 식당 메뉴마다 얼굴에 점처럼 묻은 짜장 소스마냥 어색하게 껴 있는 짜장, 짬뽕, 탕수육 메뉴들 속에 정통 중화요리는 겨우 명맥을 이어갈 뿐이며 우리들의 낭만들도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는 중이다. 

L: 쓰읍! 낭만하고 자빠졌네. 간만에 짱게 한그릇 때리자는데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어디 무서워서 밥먹자고 하겠나?

L양의 갸날프지 않은 손에 등짝 스매시를 당하며 그제야 타임 여행에서 깨어난 필자는 초딩 입맛을 떠올리며 홍빠오로 들어갔다.  

다음편에 계속………………………..

   

[내돈내산 리뷰 #1] 애들레이드 시티 ‘Five Five Five (555) Korean Diner’ 방문기

드디어 ‘내돈내산’ 리뷰 1탄이 시작되었다! 며칠 전 웨스트레이크의 M 불고기를 방문했지만, 빌어먹을 건망증 때문에 사진 찍는 걸 깜빡했다. 눈물을 머금고 기사를 포기했던 처절한 기억을 뒤로한 채, 우리 먹방 리뷰어들은 당당하게 시티로 향했다.

오늘 내돈내산 리뷰의 첫 번째 주인공은 애들레이드 시티에 위치한 Five (555) 레스토랑이다.

📍 레스토랑 안내

Five Five Five Korean Diner는 애들레이드 시티 중심부에 위치한 한국식 다이닝/포차 스타일의 레스토랑입니다.

  • 위치: 31 Field St, Adelaide SA 5000
  • 영업시간: 월요일~토요일 PM 5:30 ~ 11:00 (일요일 휴무)
  • 연락처: +61 430 008 739

공정한 리뷰를 위해 식품 유통업에 종사하시는 L모 씨, 그리고 푸드트럭을 운영하시는 K모 씨가 동행했다. (기사의 재미와 편의를 위해 반말체로 작성하는 점 양해 바란다.)

편집자: “파이브 555 레스토랑, 이름이 특이하네. 그런데 어떻게 읽어야 하지?”

L: “파이브 파이브 파이브라고 읽으면 되지 않겠어요?”

편집자: “영어로 하면 ‘트리플 파이브’라고 부를 수도 있잖아.”

L: “지난번에 왜 레스토랑 이름을 ‘파이브 파이브 파이브’라고 지었는지 사장님한테 직접 들었어요.”

편집자: “의미가 뭔데?”

L: “까먹었어요……”

편집자: “너 그냥 집에 가라.”

L: “그럴까요? 하지만 오늘 밥값은 내가 내기로 했는데……”

편집자: “……..나이 먹으면 건망증은 필수 옵션이지, 음하하하! 배고프다, 빨리 가자.”

🌿 첫인상 및 분위기

식당 위치는 메인 스트리트에서 약간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있었다. 주차가 그리 용이하진 않다. 운동은 건강을 걱정하는 쫄보들이나 하는 것이고 ‘3보 이상 무조건 승차’를 부르짖는 편집진에겐 약간의 감점 요소.

식당에 들어서자 직원이 환한 미소로 맞아준다. 화요일 저녁 시간이라 손님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 평범한 외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서니 젊은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중년의 필진들이지만 이곳에 들어선 순간 10년은 젊어진 기분이랄까.

2층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몇몇 테이블에서 젊은 친구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 본격 먹방 & 메뉴 리뷰

편집자: “배고프다. 오늘 L 네가 쏜다고 했지? 무엇을 먹을까?”

L: “내가 알아서 주문하고 올게요.”

지난번 지갑을 홀랑 털렸던 복수를 다짐하며 메뉴판을 훑고 있는데, L은 후딱 아래층 카운터로 향했다.

편집자: “야, 기다리면 알아서 주문 받으러 올 텐데……”

K: “내버려 둬요. 자기가 쏜다고 한 것만 해도 어디예요. ㅎㅎㅎ”

편집자: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거늘……”

1. 치즈 김치볶음밥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다리니 첫 번째 음식인 치즈 김치볶음밥이 나왔다. 철판 위에 올려진 평범한 김치볶음밥이었지만, 그 위에 얹어진 치즈의 양이 상당했다.

편집자: “설마 볶음밥 하나로 때우려는 건 아니겠지?”

L: “제가 원래 ‘소식좌’라서요.”

편집자: “소식좌라는 인간이 지난번엔 순두부에 족발까지 다 먹고 내 짬뽕까지 뺏어 먹었냐?”

L: “내 위장은 그때그때 달라요. ㅎㅎㅎ”

편집자: “아 몰라, 난 인정 못 해! 내가 지난번에 지갑 털리고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는데……”

K: “(우물우물)”

편집자: “K! 스톱! 사진도 안 찍었는데 먼저 먹으면 어떡해?!”

L의 위장을 신경 쓰느라 K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먹방 리뷰의 기본은 음식 사진인데, 그녀는 이미 크게 두 숟갈을 떠 넣은 뒤였다.

K: “응, 볶음밥 맛있네! 첫 맛은 평범한데 철판이 ‘킥’이야. 시간이 갈수록 밥이 꼬들꼬들해지고 치즈랑 궁합이 아주 좋아. 이베리아반도의 매혹적인 여인이 젊은 신사와 탱고를 추는 맛이랄까?”

그녀는 사진 찍기 전에 먼저 먹은 죄를 무마하려 황급히 둘러댔다. 기왕 버린 몸 아서왕의 엑스칼리버처럼 휘두르는 그녀의 숟가락을 필사적으로 막아서며 황급히 사진부터 찍었다. 그리고 질 수 없다는 각오로 크게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편집자: “아니, 이 맛은?!”

참고로 옆에 떨어진 밥알은 K양의 만행임을 밝힌다….쿨럭!

지극히 평범한 김치볶음밥이지만 밸런스가 훌륭했다. 김치 맛이나 양념이 과해서 볶음밥 전체를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집은 김치가 적절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위쪽은 촉촉하고 아래쪽은 철판에 눌어붙어 꼬들꼬들한 식감도 일품이었다. 밥이 안 보일 정도로 덮인 치즈도 처음엔 과한가 싶었지만, 먹을수록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평소 외모에 열등감이 있는 필자는 잘생기고 아름다운 젊은 사장 부부를 보며 ‘반드시 혹평을 남기리라’ 주먹을 불끈 쥐었건만, 이 평범하고도 뛰어난 볶음밥이 주먹을 스르륵 펴지게 만들었다.

2. 마늘 포크립 치즈 (메인 요리)

필자가 이베리아반도에서 탱고를 추는 젊은 사장 부부를 상상하는 사이, 두 번째 음식이 나왔다.

L: “오늘의 메인 요리, 마늘 포크립 치즈예요!”

비주얼은 일단 합격. 치즈가 둘러진 철판 위에 수북이 쌓인 돼지갈비와 떡의 조합은 압도적이었다.

L: “내가 설마 김치볶음밥 하나로 때울 사람이겠어요?”

편집자: “양이 많아 보이긴 한데, 그래도 3명이 먹기엔……”

L은 필자의 말을 애써 무시하더니 슬그머니 뻗어 오는 K의 마수를 제지하며 외쳤다.

L: “빨리 사진부터 찍어요!”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은 뒤, 포크립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5점 만점에 5점을 주고 싶다.

평소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좋아해 로컬 식당의 바비큐 립을 자주 먹어봤다. 자극적이고 짜고 단 로컬 바비큐 립에 비해 이 집의 포크립은 밸런스가 매우 뛰어났다. 무엇보다 칭찬하고 싶은 건 식감이다. 포크립의 핵심은 뼈와 살이 부드럽게 분리되는 것인데, 너무 익히면 탄내가 나거나 고기가 질겨진다. 하지만 이 집은 익힘 정도가 이븐하면서도 뼈와 살이 아주 깨끗하게 쏙 분리되었다.

함께 들어간 떡볶이떡과의 궁합도 좋았다. 돼지갈비 기름과 양념이 잘 밴 떡은 그 자체로 훌륭한 식감을 자랑했다.

편집자가 굳이 쥐어짜 낸 옥의 티:

철판 테두리의 치즈는 녹았을 때 쫀득 쫀득 뭉쳤다. 퐁듀처럼 찍어 먹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만약 두 칸으로 나뉜 철판을 써서 한쪽에는 치즈, 다른 한쪽에는 계란찜을 올려주었다면 훨씬 다채로운 구성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절대 사장 부부의 잘생기고 아름다운 모습에 열등감을 느낀 필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 찾아낸 옥의 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테이블 옆으로 돼지뼈가 수북이 쌓이고 필진들의 입 주변은 검은 양념으로 물들어갔다. 양은 혼자 먹기엔 많고 성인 남성 둘이 먹기엔 살짝 부족한 정도. 돈을 아끼려는 L의 필사적인 꼼수로 공깃밥 두 그릇을 추가해 함께 먹으니 세 사람이 그럭저럭 배가 불렀다.

음식 리뷰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열심히 먹기만 하던 K가 배가 불렀는지 드디어 입을 열었다.

K: “포크립 맛이 정말 훌륭하네. 가능하다면 레시피를 배워서 내 푸드트럭 메뉴에도 넣고 싶을 정도야.”

요리가 본업인 K의 한마디라 신뢰도가 급상승했다.

3. 서비스 – 해물파전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며 자리를 정리하려던 찰나, 아래층에서 여사장님이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편집자: ‘L…… 너란 사람은 도대체…… 천하의 짠순이 L에게도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면이 있었다니!’

하지만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사장님의 낭랑한 목소리.

여사장님: “서비스 나왔습니다~!”

그럼 그렇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절대 리뷰를 위해 왔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식당을 눈부시게 밝혀주는 필자의 멋짐에 감탄한 사장님의 자발적 서비스라는 것이 필자의 ‘뇌피셜’이다.)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로 무장한 필자는 젓가락부터 들고 달려드는 K를 제지하며 무사히 사진을 찍었다. Service 메뉴는 해물파전이었다.

파전의 좌측 하단이 비어 보이는 것은 절대 K양이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흠..흠…

어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파전이었지만, 바삭한 식감과 맛의 밸런스가 아주 훌륭했다.

📝 총평

‘밸런스’ — 필자가 이 집 음식을 먹는 내내 떠올린 단어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의 경우, 의욕이 과해 맛이 너무 자극적이거나 경험 부족으로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이 식당은 모든 음식의 밸런스가 잡혀 있었다. 나이는 젊지만 상당한 내공이 느껴졌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가게 분위기가 오히려 맛의 내공을 가리는 느낌이랄까?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식당을 나왔다. 바로 옆에 디저트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는 점도 아주 훌륭한 플러스 포인트!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를 외치며 눈을 반짝이던 L과 K는 빛의 속도로 디저트 가게로 들어갔다. 역시 여성들에겐 ‘밥 배’와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으며, 내돈내산 첫 번째 리뷰를 마친다.